과학

글로벌 결제 패권 전쟁 완전 해부(총 5부작): 제4편

seerswill 2025. 5. 1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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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편 : 브릭스와 글로벌 남반구의 반격: 다극화되는 결제 네트워크

브릭스와 글로벌 남반구의 반격: 다극화되는 결제 네트워크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세계 경제 질서는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다.

오랫동안 국제금융의 중심에 있던 미국 달러 체제는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브릭스(BRICS)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의 연대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경제 협력체를 넘어, 새로운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 금융의 다극화를 본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닌, 국제질서의 재편을 예고하는 거대한 흐름이다.

 


브릭스,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다

브릭스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신흥 경제국의 성장 가능성"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지정학적 강대국을 중심으로, 브라질·인도·남아공이 결속하며,

기존 서구 중심 국제금융질서에 대항하는

구심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자원 보유국과 지역 강국이 확장 멤버로 참여 의사를 보이며,

브릭스의 영향력은 질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취한 대규모 금융 제재는 브릭스에 결정적 전환점을 제공했다.

러시아는 SWIFT 배제와 해외자산 동결 등으로 달러 시스템의 취약성을 체감했고,

이후 중국과 함께 결제 네트워크 다변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러시아의 루블화, 브라질의 헤알화 등은 단순히 자국 통화가 아닌, 브릭스 통화연대의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글로벌 남반구의 금융 독립 선언

브릭스의 전략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이다. 과거 냉전 시기 ‘비동맹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들은 국제질서에서의 주변부 위치 탈피를 시도해왔다.

최근에는 에너지, 식량, 광물 자원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과 정치적 자주성을 바탕으로,

자국 중심의 결제·금융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는 IMF의 긴축 조건에 반발하며 위안화 결제 시스템 도입을 추진했고,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도

프랑스 CFA 통화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의 관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위안화 기반 석유 결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이는 탈달러화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결제 네트워크, 어떻게 다극화되고 있는가?

전통적인 국제 결제 시스템은 미국이 주도하는 SWIFT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SWIFT는 미국과 유럽의 외교 전략에

활용되면서, 지정학적 무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이에 따라,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은 자체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중국: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통해 위안화 결제 네트워크를 전 세계로 확장 중이다. 2023년 기준, CIPS 가입 은행 수는 1,400개를 넘어섰으며, 위안화 결제는 아시아·아프리카 주요 국가에서 급증하고 있다.
  • 러시아: SWIFT 대안으로 SPFS(Sistema Peredachi Finansovykh Soobscheniy)를 운영하며, 이란, 벨라루스, 중국과의 결제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 인도: 루피화를 통한 이란, 러시아와의 결제를 확대하며 자국 통화의 지역 내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결제 네트워크는 미국 달러 단일 시스템에서 다중 시스템 공존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이는 금융의 ‘인터넷 탈중앙화’처럼,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블록 기반 글로벌 결제 생태계를 예고한다.

다극화가 가져올 경제적·정치적 변화

결제 시스템의 다극화는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다.

이는 지정학적 균형 재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1. 환율 리스크 감소: 자국 통화로 결제 시 환율 변동성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2. 금융 제재 회피: 미국이나 EU의 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이 된다.
  3. 무역 비용 절감: 결제 프로세스 간소화와 중개은행 제거를 통해 효율성 상승.
  4. 통화주권 강화: 통화발행권을 가진 중앙은행의 위상 강화.

그러나 이에 따른 도전도 명확하다.

위안화나 루블화의 신뢰성 부족, 환전 유동성의 불균형, 통화 간 결제 인프라 미비 등은 다자간 결제 시스템의 확산에 제동

걸 수 있다. 더구나 브릭스 국가 간에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공통 통화 도입이나 통합 결제시스템 구축에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미국과 서방의 대응, 그리고 브릭스의 전략적 진화

미국은 여전히 국제금융의 핵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화의 위상은 단기간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달러 사용 비중의 점진적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비달러 결제 비중은 전체 거래의 30%를 돌파했다.

이는 브릭스의 결제 네트워크 전략이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디지털 달러(CBDC) 발행 검토, 동맹국과의 결제 블록 강화, 무역협정 내 통화 조건 강화 등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오히려 신흥국들의 독자 결제 시스템 도입을 촉진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브릭스 또한 단순한 '결제 다극화'를 넘어, 신용평가 기관 설립, 브릭스은행(NDB)의 국제화, 브릭스 공통 통화 발행 논의 등으로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새로운 국제금융 블록의 형성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결론: 결제 시스템의 다극화, 21세기 새로운 지정학

결제 네트워크의 다극화는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닌, 세계 질서의 중대 전환점이다.

브릭스와 글로벌 남반구의 반격은 이제 금융 영역에서 현실적인 대안 구축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미국이 달러로 전 세계를 연결한 것처럼,

이제는 여러 통화와 결제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글로벌 금융 시스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의 세계는 어느 한 국가의 통화가 지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극적 협력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는가?"

브릭스의 움직임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다. 그들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21세기의 금융 질서와 패권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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