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패권 전쟁 완전 해부(총 5부작): 제3편

제3편 : "CIPS의 부상과 위안화의 야망: 중국이 SWIFT를 넘어서려는 이유"

CIPS의 부상과 위안화의 야망: 중국이 SWIFT를 넘어서려는 이유

📌 중국이 SWIFT를 경계하는 이유 – "금융 인프라는 무기다"

오늘날 국제 금융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는 SWIFT 시스템이다.
이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의 약자로, 1973년 벨기에에서 설립된 민간 비영리 조직이지만,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단순히 은행 간 송수신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술’이라 보기 쉽지만, 사실상 전 세계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혈관이자 글로벌 자금의 실질적 통제 장치다.

SWIFT는 '비무장화된 무기'

그동안 SWIFT는 "중립적인 민간 네트워크"로 자처해 왔지만,
미국이 제재 수단으로 SWIFT를 무기화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면서
사실상 미국의 외교정책 수단으로 활용되는 도구라는 점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2년 이란, 그리고 2022년 러시아다.
이란은 핵개발 의혹으로 인해 SWIFT에서 퇴출되었고,
이후 달러 결제가 차단되면서 국가경제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주요 국영 은행들이 SWIFT에서 배제되었다.
이는 단순한 제재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무역 결제, 해외 송금, 외환보유고 접근까지 모두 차단되면서 금융 마비 상태에 빠진 것이다.

중국은 이 일련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봤다.

그리고 그 결과, SWIFT에 의존하는 것이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

📌중국의 전략적 위기의식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국이자 무역 대국이다.
하루에도 수백억 달러의 자금이 국경을 넘어 이동한다.

그런데 그 결제 대부분이 달러 기반이며, 시스템은 SWIFT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미중 관계가 갈수록 악화된다는 점이다.
무역전쟁, 대만 문제, 남중국해 군사 충돌 등 민감한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이 SWIFT를 ‘경제 핵무기’처럼 사용할 가능성은 점점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예컨대, 대만 침공 이슈가 현실화되었을 때,
중국이 SWIFT에서 배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가 전체가 해외 결제를 멈추게 되고,
그 여파는 내수 경기 침체, 외환 불안, 금융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중국이 SWIFT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단지 경제적 리스크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의 시스템적 위협이기 때문이다.

🧭 중국의 대응: ‘금융 주권’의 확보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중국이 선택한 전략은 명확하다.
금융 주권의 확보, 즉 달러와 SWIFT에 대한 구조적 탈피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정책이 진행 중이다:

1. CIPS 구축: 위안화 기반의 국제 결제 인프라 확장
2. 디지털 위안화 발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로 금융 통제력 극대화
3. 일대일로 경제권 확대: 위안화 사용권역 확대

이 세 가지는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두 SWIFT 의존도 축소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한다

 

📌 CIPS란 무엇인가?

CIPS는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의 약자로,
국경 간 은행 간 결제를 위한 중국 주도의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2015년 인민은행 주도로 출범했으며, 설계 초기부터 위안화 중심의 국제 결제를 목표로 삼았다.

CIPS는 기존 중국의 온쇼어 송금 시스템과 글로벌 외환시장 요구를 절묘하게 접목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평가받는다.
특히 SWIFT처럼 단순한 메시지 전송 시스템이 아니라, 실제로 자금이 이동되는 실결제 인프라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재 CIPS에는 100여 개국, 1,4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일일 결제액은 약 500억 위안(약 9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출범 초기보다 무려 5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또한 HSBC,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치은행 등 글로벌 메가뱅크들이 CIPS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 시스템의 국제적 신뢰도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 왜 CIPS가 위안화 국제화의 핵심인가? – “기축통화의 조건을 다시 묻다”

기축통화란 무엇일까?
단순히 외환보유고에 많이 보유된 통화가 아니다.
기축통화란 글로벌 무역과 금융 거래의 중심에서 신뢰받고,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다.

 

현재 세계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다.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58%가 달러이며, 국제 결제의 70% 이상이 달러 기반으로 이뤄진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가 그 뒤를 잇고, 위안화는 아직 3% 내외의 비중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위안화를 국제화하려 하고,왜 그 핵심 수단이 CIPS일까?

💡 국제화의 전제조건: 인프라 + 신뢰 + 수요

어떤 통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선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1. 인프라: 해당 통화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는 글로벌 시스템
2. 신뢰: 변동성이 낮고, 정치·법적으로 안정된 금융체계
3. 수요: 무역 파트너들이 해당 통화를 사용하려는 유인

위안화는 1번이 가장 약했다.
SWIFT는 대부분 달러 기반이며, 위안화 결제를 위한 인프라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CIPS다.

 

CIPS는 중국이 스스로 만든 위안화 결제의 전용 고속도로다.
이 고속도로가 깔리면, 세계는 더 이상 달러를 거치지 않고도
중국과 직접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 일대일로 + 디지털 위안화 + CIPS의 삼각편대

중국은 단순히 기술적 결제망만을 구축하지 않는다.
전 세계 60여 개국과의 인프라 및 교역 협정을 맺은 ‘일대일로(BRI)’ 구상은
위안화 결제를 유도하는 지정학적 기반이다.

 

여기에 디지털 위안화까지 가세하면,
은행 계좌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국제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실제로 UAE, 태국, 홍콩과 함께 진행한 ‘mBridge’ 프로젝트는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한 국제 간 실시간 결제 테스트에 성공했다.

 

즉, CIPS는 위안화 국제화의 기술적 ‘허브’이고,
일대일로는 외교적 ‘운송망’,
디지털 위안화는 미래형 ‘차량’ 역할을 하는 셈이다.

📈 위안화 국제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환율 자유화, 금융 시장 개방, 정치적 투명성 등 위안화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낯선 통화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 위안화로 결제되는 국제 무역 비중이 꾸준히 증가
•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보유국 확대
• 글로벌 은행들의 CIPS 가입 가속화
• 중국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 비중 증가

특히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비서방 국가들이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면서, 달러 블록과 위안화 블록의 이중 경제권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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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질서의 변화 조짐

 중국의 CIPS 강화는 단순한 기술 독립이 아니다.
이는 금융 패권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장기 전략이다.

 

미국은 군사력과 외교력 외에도 달러 기반 금융망을 통해
세계 경제를 사실상 통제해왔다.

하지만 CIPS는 제2의 금융 네트워크로, 미국 중심 구조에 균열을 내고 있다.

현재는 미약해 보일 수 있으나,
BRICS, 아세안, 중동권 국가들이 위안화 결제를 채택한다면
향후 10~20년 내에 양극화 또는 다극화된 금융 질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중심에는 CIPS가 있을 것이며,
이는 단순한 시스템을 넘어 지정학적 권력 도구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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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CIPS의 부상은 단순히 ‘중국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곧 국제 무역, 환율, 투자, 경제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달러 기반 거래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수출입 기업들은 위안화 결제 시스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 또한, 앞으로는 위안화 자산의 비중을 고려해야 할 시대에 접어들었다.
특히 글로벌 ETF나 원자재 시장 등에서
위안화 기반 상품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IPS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금융의 새로운 대륙을 향해 열리는 문일지 모른다.